동방신기 “일본 활동 계약내용도 몰랐다”
소송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8월 2일 오전. 팬들에게 또 한 번 놀라운 소식이 전해졌다. 동방신기 멤버들이 당시까지 소속사로부터 일본 활동에 따른 계약내용을 전혀 통보받지 못한 채 지내왔다는 내용이었다.
동방신기는 2005년 한국의 SM엔터테인먼트와 일본의 대형 기획사인 (주)에이벡스엔터테인먼트가 계약을 체결하고, 각각 매니지먼트를 맡아 활동해 왔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멤버들은 양 기획사가 어떠한 계약을 맺고, 수익을 배분했는지 등 계약 내용을 전혀 알지 못했다는 것이다.
‘일본 활동 시작 이후 현지에서의 활동 수익금 분배는 물론, 계약내용조차 정확하게 통보받은 적이 없다?’
‘그렇다면, 멤버들이 회사에 항의하거나 개선을 요구하지 않았을까?’
궁금증은 이어졌다.
그러나 멤버들이 그간 회사 측에 수차례 부당함을 알리고 시정을 요구했지만, 매번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번번이 묵살되었다는 증언이 쏟아졌다. 결국 동방신기 멤버들은 정확한 계약내용도 모르는 상태에서 그저 회사에서 시키는 대로 활동에만 전념했다는 이야기였다.
이는 앞서 임상혁 변호사가 증거보전신청서를 제출하며 “멤버들이 그간 수입 내역을 소속사로부터 정확하게 확인한 적이 없다고 했다.”는 말과 이어지며 이들이 받은 부당 대우에 대한 파장으로 더욱 확산되었다.
동방신기는 일본 진출 이후 싱글앨범 27장과 정규앨범 4장을 발표했었다. 2007년 발매된 ‘Summer Dream’은 일본 오리콘 차트 데일리차트 1위에 올라 주목받았으며, 2008년 발매된 4개의 싱글앨범은 그해 일본 오리콘 위클리차트에서 모두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이는 일본 역대 해외 아티스트 최초의 기록이었다.
2009년 선보인 ‘Bolero’ ‘Share The World’는 발매 이후 모두 위클리차트 1위에 올라 2008년~2009년까지 오리콘에서 역대 해외 아티스트 사상 위클리차트 6회 1위를 달성한 최초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동방신기가 일본에서 발매한 총 8장의 음반이 골드등급(10만장 이상)을 인정받았으며, 정규 4집인 ‘The Secret Code’는 그 당시 약 27만장이 판매되어 플라티나등급(25만장 이상)으로 지정되는 성과를 거두었다.
그런 그들이 일본 활동에 따른 계약내용 조차 통보받지 못했다는 이야기는 쉽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상식 밖의 일이었다.
동방신기는 2006년 3집 ‘오정반합’으로 그해 최고 기록인 34만장의 앨범 판매량을 기록하고, 연말 가요시상식에서 그랜드슬램을 달성하는 등 명실상부 한국 가요계를 평정했다. 그랬던 그들이 일본 진출 초기, 얼마나 많은 고생을 했는지 팬들은 잘 알고 있다.
특히 한 대학의 강당에서 변변한 무대도 없이 노란 장판만 깔아놓은 채 유선마이크를 쥐고 ‘오정반합’을 불렀던 순간은 단순한 에피소드로만 남기기에는 너무 가슴 쓰린 이야기로 아직도 많은 팬들의 가슴에 남아 있다. 유노윤호는 한 인터뷰에서 마이크 줄에 걸려 넘어질 수도 있었던 당시 상황을 빗대 ‘고무줄놀이’에 비유하기도 했다.
그런 악조건을 묵묵히 이겨내고 참아내며 고생 끝에 한국은 물론, 일본에서도 우뚝 선 그들이 자신이 어떠한 조건에서 활동하는지 구체적인 계약내용도 모른 채 무대에 올라야 했다는 내용은 많은 이들을 경악케 했다.
관련 기사가 보도되자 적잖은 논란이 일었다. 팬들은 일제히 분노했다. 동방신기가 저 위치에 오르기까지 얼마나 노력했는지 아는 팬이라면 이러한 사실을 쉽사리 용인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팬들은 ‘그동안 여러모로 맘고생 했을 멤버들을 생각하니 치가 떨린다.’며 안타까워했다.
일부 팬들은 ‘현대사회에서 어떻게 당사자를 배제한 채 이런 계약을 할 수 있었는지 믿기질 않는다. 소속사는 멤버들의 열정과 순수함 그리고 진심을 제대로 악용해 착취했다.’고 비판하고 ‘가요계 전반에 이런 말도 안 되는 조건이 만연할 것을 생각하니 소름이 끼친다.’고 기막혀했다.
어쩌면 세계 팬덤역사에 유래를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전투적’이고 ‘전문적’인 JYJ 팬덤의 역사는 이때부터 서서히 담금질이 시작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자신의 계약 내용도 모른 채 일본행 비행기에 올라야 했던 이들을 생각하니 문득 박유천의 자작곡 ‘이름 없는 노래 part.1’ 가사가 떠오른다.
“드디어 해외에서 대박을 만들어
상상치도 못한 실적을 올렸단 소리에
가벼운 걸음으로 급여 날 회사로 들어갔어.
팀원들 서로 다 들뜬 눈빛으로 서로를 마주 보았어.
열심히 했다며 서로를 칭찬했어.
그때 받은 정산서엔 실적이 마이너스
내가 본 것이 잘못 본 거라 생각하고
다시 확인을 해보니
모든 것이 경비다.
젠장, 그 많던 게 다 경비로 빠졌다.
어떤 경비길래 그 많던 게 어디로 날아가?
도무지 믿을 수가 없어서
정산한 적이 없는 정산내역서를 보여 달라고 했어.
알았다며 보여주겠다며
그렇게 몇 장의 내역서를 결국 보지 못한 채 일만 했어.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궁금증은 커져가
팀원들 머리를 모아 생각하면 할수록 머리만 아파가.”
에이네이션 공연 마치고 입국한 동방신기
이날 오후 3시30분. 에이네이션(a-nation) 공연에 참가했던 동방신기 멤버들이 일본 스케줄을 마치고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공항에는 ‘카시오페아’ 회원과 여러 명의 취재진이 이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당초 소송을 제기한 멤버와 그렇지 않은 멤버가 서로 다른 시간에 입국할 것이란 분위기가 감지되기도 했지만, 이들은 모두 같은 시각 나란히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멤버 각자의 표정은 어둡고 무거워 보였다. 동방신기는 팬들의 걱정스런 눈빛에 둘러싸여 재빠르게 공항을 빠져나갔다.
멤버들이 입국함에 따라 언론과 팬의 관심은 과연 이들이 어떠한 입장을 내놓을 것인지에 쏠렸다. 또 이들이 남은 스케줄을 어떻게 소화할 것인지도 궁금증을 낳았다.
3인의 법적 대리인은 이와 관련 “미리 정해진 스케줄은 팬과의 약속이기에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는 기본 방침을 전했다. 하지만 이후 새로 만들어질 일정에 대해서는 “협의가 필요하다.”며 다소 유동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세종 측은 이 사안에 대해 회사 변호사들을 비롯한 여러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이날 서울의 한 모처에서 회의를 열고, 곧 공식입장을 밝히겠다고 설명했다. 이날 밤은 팬들에게 무척이나 지루하고 긴 밤이었다.